[글마당] 초록마디뿌리 클로버
살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 기어서 가야 하는 마디 뿌리는 울타리조차 없다 한여름 땡볕도 한겨울 눈덩이도 견뎌내기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인데 응당 살길은 억센 떼잔디 보다 더 아래에서 배밀이로 바닥 훑고 속 마디 더해 가는 길 땅 밑 물오르기 전부터 기어서 간다 축축한 외로움이 삶의 아픔인지도 모르고 피지 않은 듯 피어 세상을 보는 작은 봉오리 꽃 너라고 그냥 두더냐 품은 향기 바람에 날리고 반지 꽃 추억은 내가 가지고 왔네 동무가 건네준 풀꽃 시계에는 분침도 초침도 없어 삭아가는 나이도 없었지 꽃 속에 오르는 옛 동무 잔디 비집는 내 눈 네 잎도 세 잎도 행복이고 행운이라 했던가 반가운 전화벨 소리 너의 초록마디뿌리 숨 쉴만한 틈새인가 트집도 없고 땅도 빛도 제 살 찢어 사계와 연을 맺게 하니 그림자도 솎아내지 않고 바닥을 기어서 길 없는 길 잘도 찾아 이어가네 손정아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초록마디뿌리 클로버 초록마디뿌리 클로버 배밀이로 바닥 동무 잔디